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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Column

[파이낸셜 뉴스 fn광장] 세종대왕의 한글, AI시대 문화자산

by AF(에엪) 2025.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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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뉴스 fn광장] 세종대왕의 한글, AI시대 문화자산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무한한 변형 창조…밈의 원형
‘ㅋㅋ’ ‘댕댕이’ 전세계에 확산
한글 밈코인 새로운 영역 개척
저작권 귀속은 여전히 불명확
투명한 분배·보호장치 갖춰야
 
글쓴이  : 이상미 유럽문화예술 콘텐츠연구소장

 

이미지/AF에서 퍼플렉시티로 생성함

 

훈민정음 반포 579년이 흐른 지금, 한글은 더 이상 과거의 언어유산이 아니다.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창제한 문자는 오늘날 디지털 문명 속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확장되는 살아 있는 문화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글로벌 흥행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세계적 파급력을 다시 입증했다.

한글은 더 이상 지역적 문자가 아니라 세계가 공유하는 문화의 언어로 자리 잡고 있다. 활자에서 출발한 문자가 온라인 시대에 이르러 '밈'이라는 디지털 소통의 코드로 변모했으며, 그 최전선에는 밈코인(meme coin)이 있다.

밈코인은 농담과 유행에서 출발했지만 그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공감과 확산의 속도다.

누구나 이더리움 기반으로 손쉽게 발행할 수 있기에 진입장벽은 낮고, 참여 속도는 폭발적이다. 그 결과는 놀랍다.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밈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728억달러, 전체 가상자산의 2~3%를 차지한다. 한국 또한 하루 거래액만 3조~8조원, 투자자 수는 700만~800만명에 이른다. 농담처럼 시작된 토큰이 이제 국가 경제지표를 흔드는 규모로 성장한 셈이다.

이 흐름 속에서 한글의 잠재력은 더욱 빛난다.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무한한 변형을 창조하는 구조는 그 자체가 밈의 원형이다. 'ㄱㄱ' 'ㅋㅋ' '댕댕이' 같은 단순한 표현이 이미 전 세계 밈 문화의 언어 코드로 확산되고 있다.

도지코인이나 시바이누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했다면, 한글 밈코인은 로컬 정체성과 창의성을 결합한 새로운 디지털 문화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글은 이제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디지털 커뮤니티를 결속시키는 상징이자 문화적 자산이다.

밈코인의 진정한 힘은 돈이 아니라 놀이와 참여의 문화에 있다. 가격의 등락조차 유머와 풍자로 소비하며 공동체적 유희를 즐긴다. 경제현상이자 사회적 놀이이며, 디지털 세대의 자율적 문화경제다. 그러나 이 열기는 동시에 양날의 검이다.

밈코인 시장은 가치보다 유행의 속도에 좌우되고, 러그풀과 같은 사기사건이 잇따른다. 2017~2021년 국내 가상자산 범죄 피해액은 4조7000억원, 2022년까지 누적 5조원을 넘어섰다. 한글이 투기의 소모품으로 소비될 위험도 커졌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이 던지는 과제도 무겁다. 생성형 AI는 훈민정음의 조형 원리를 학습해 디자인과 시각예술을 만들어내지만, 저작권 귀속은 여전히 불명확하다. 누가 창작자인가, 누구의 권리인가라는 질문이 해결되지 않으면 AI는 혁신의 동력이 아니라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제도적 신중함과 문화적 균형감이다. 밈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금융당국은 공시의무 강화와 프로젝트 감사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AI 협업 창작물의 저작권 귀속 기준과 공정분배 지침을 마련함으로써 예술가의 권익을 보호하고, 동시에 신기술 기반 창작을 장려해야 한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K-디지털밈 프로젝트'를 추진해 한글과 한국 문화의 언어적 상징성을 활용한 글로벌 밈 콘텐츠를 지원한다면, 투기 중심의 코인 문화를 창의 중심의 문화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기술과 문화를 구분하는 일이다. 밈코인이 문화적 자산으로 성장하려면 투명한 분배구조, 스마트 컨트랙트 감사, 법적 보호장치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문화는 사라지고 투기만 남는다.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창제한 한글은 579년이 지난 오늘도 가장 혁신적인 언어 실험의 중심에 서 있다. 디지털 문명과 AI 시대의 문턱에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 한글을 투기의 장난감으로 소비할 것인가, 아니면 사람과 문화를 잇는 건강한 놀이터로 승화시킬 것인가.

답은 분명하다. 한글의 미래는 기술이 아닌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을 앞세운 속도가 아니라 문화를 지키는 방향감각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세종의 뜻을 오늘에 되살리는 길이다.

한글은 언제나 사람을 위한 글자였고, 지금도 사람을 위한 문화여야 한다.

■약력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연구원(EHESS) 예술학 박사 수료 △유럽문화예술콘텐츠연구소 소장 △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콘텐츠 비즈니스 자문단 △한국아트테크협회 대표 △저서 'AI와 아트테크'(박영사)

이상미 유럽문화예술 콘텐츠연구소장


AF 에엪 독자소통부 press@artfr.co.kr
 

※ 본 칼럼은 파이낸셜 뉴스에 2025년 10월 09일 게재된 글입니다.

https://www.fnnews.com/news/202510091846366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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